...... <파우더 드로잉> 연작 역시 물질에 관한 연구이다. 그는 먹의 입자를 구성하는 잿가루 대신 토너(잉크 파우더)를 선택한다. 붓으로 그려지면서 파우더가 흩뿌려지는 상태에서 일견 파우더가 멈춘 듯하지만, 대기의 여러 상태로 인해 미세히 움직인다. 작가는 이를 ‘순간’ 고착시킨다. 찰나로 포착된 입자들은 형상이 되며 공간을 점유한다. 그러나 이 요소들은 대기의 여러 상태를 통해 원래의 상태에서 변화된다. 그 변화는 우리의 눈으로 포착할 수 있고, 그 차이가 너무 미세하여 포착되지 않을 수도 있다. 시작과 끝은 ‘대기’의 상태에 따라 다른 차이를 지닌다. 이 연작은 ‘물’ 없는 입자, 즉 ‘파우더’를 통해 물질의 점도와 흐름 그리고 저항을 화면 위에 드러낸다. 작가의 행위와 리듬, 보이지 않는 대기의 입자들과의 관계를 통해 촉각과 시각의 구성에 관한 회화적 형식을 창출한다. 그는 붓, 종이, 인장 등의 매체의 물질성과 가루 입자의 잠재성을 심층적으로 다루면서, 회화를 물질적 표현을 넘어 비물질적 파장을 전달하는 개념적 언어로 새롭게 정의한다. 그의 ‘몸’이 그 사이로 끼어든다. 이는 실재하는 감각적 강도와 리듬을 중심으로 화면 위의 물질과 보이지 않는 물질들을 교차하여 물질과 이미지의 경계를 허문다.

양초롱(미술사 박사, 초빙교수)